건축 프로젝트는 달리기보다는 등산에 가깝다. 달리기는 달리다가 넘어지면 그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뛰면 그만이지만 산을 오르다가 넘어지면 그 자리가 아니라 산아래로 굴러 떨어져 다시 올라가는 수고스러움 뿐만 아니라 심한 부상을 입을 수 도 있다. 건축프로젝트는 중도에 문제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가 아니라 한참 전의 시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만큼 비용과 기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결과물의 퀄리티에도 영향을 준다. 부디 한걸음 한걸음 잘 올라가 정상의 기쁨을 느끼기 바란다. 다음은 토지 매입부터 사용승인까지 건축주가 알아야 할 건축 단계별 핵심 포인트를 소개한다.
1. 토지 매입
건축물이 자리 잡는 토지(대지)는 긴 시간 변하지 않는 건축물의 가장 중요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토지 매입에 앞서 장소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속성 및 장단점을 충분히 검토하여야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앞으로 건축물을 사용해야 할 사용자의 관점을 파악하는 것이 건축주의 관점만큼이나 중요하다. 우리는 요리사가 자신의 입맛에 맛있는 음식이 아닌 대중의 입만을 정확히 파악하는 (경우에 따라 특정 손님의 입맛까지 기억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의 건축물은 건축주 혼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며, 극도로 개인적인 공간 이더라도 영원히 특정 건축주만 사용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건축주의 입맛에만 맞는 건축물을 누가 사겠는가? 건축주(혹은 소수의 집단)만을 위한 것이 아닌 사용자(혹은 다수의 사용자) 중심 사고는 앞으로 진행될 설계뿐 아니라 토지매입에서도 중요한 요소이다.
2. 설계자 선정
건축 설계는 관련 법규에 따라 건축사에게 의뢰해야 하는데, 최초 건축주의 구상이나 콘셉트에 맞는 건축가를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축사는 저마다 설계의 줄기를 잡아가는 성향이 다르며, 그러한 성향을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건축주와 건축사가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관점이 차이가 크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서로 반감과 저항이 크게 된다. 즐거워야 하는 설계가 이러한 부조화로 서로에게 힘든 시간이 되기도 한다. 물론 다양성의 측면에서 건축주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해법이 나오기도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건축주들에게는 이러한 부조화를 조화로 만들어가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차이점을 사전에 찾아내기 위해 서너 명의 건축사에게 사전에 계획안(일명 가설계)을 받아보는 것이 좋으며 가급적 무료로 진행되는 법규 검토 수준의 간략한 계획안보다는 일부 비용을 지불하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계획안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본격적인 설계자가 선정되면 "표준설계계약서"를 기준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여야 하며, "건축설계의 업무범위 및 품질기준"을 참고하여 설계계약을 진행한다.
3. 건축 설계
설계는 일반적으로 기획설계, 계획설계, 중간설계, 실시설계 순으로 이루어진다.
● 기획설계: 기획설계는 프로젝트의 프로그램, 예산, 스케줄과 관련하여 정하여진 대지 또는 잠재적 대지를 평가하고, 대지와 프로그램의 이해를 통해 디자인 방향을 제시하며, 논리적인 대지의 사용뿐만 아니라, 대지의 선택 및 프로그램 개발의 기초가 된다.
● 계획설계: 계획설계는 설계의 기본방향을 수립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로서 건물의 기능, 규모, 형태, 구조, 재료 등의 종합적인 방침을 수립하고, 명확한 개념과 형태를 갖추어 가는 단계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건축주의 이해와 승인을 획득하여 프로그램을 명확히 하고 디자인 해결책을 제안하며 프로젝트 비용 분석을 위한 신뢰할 만한 기초자료를 제공한다.
● 기본설계: 계획설계에서 설정된 기본구상이 실시설계에 방영되도록 중요한 사항을 정의하고 설명하여 실시설계를 준비하는 단계로서, 계획설계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실시설계에서 보완할 사항을 최소화하여 건축, 구조, 기계, 전기통신, 소방, 토목, 조경 등 기본설계도서를 작성하여 프로젝트의 크기와 성격이 규정되는 단계이다.
● 실시설계: 기본설계단계에서 승인된 도서를 바탕으로 구성되며 기본설계를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도면화하는 단계이다. 시공단계에서 건축주, 시공자 간 정확한 의사전달이 되도록 도면구성, 표현방법, 치수크기 등을 논리적이고 정화하게 구성하여 실제로 공사가 가능하도록 한다.
4. 건축허가
법규에 따라 건축물을 건축허가 하거나, 대수선을 하려면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건축허가 접수는 건축주의 대리인인 건축사에 의해 허가권자에게 접수된다. 접수된 관련서류는 주부부서인 건축과를 중심으로 관련부서(건설과, 정보통신과, 하수과, 위생과, 하수과, 토목과, 소방서, 수도사업소 등)가 검토한 후 허가를 득한다.
건축허가를 받으면 건축허가증과 건축 시 준수사항 안내서를 교부받을 수 있다.
건축행위가 경미한 경우 허가가 아닌 신고로 건축이 가능하다.
5. 공사 시공자 선정
공사 시공자 선정은 건축 프로젝트 전 과정에서 (리스크관리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계약 관련 서류는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는다. 신뢰를 이루어진 한두 장의 간단한 계약서와 견적서로 계약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계약은 국토교통부에서 고시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를 바탕으로 작성하고 견적서 또한 공정별 내역이 상세하게 첨부되어야 한다.
6. 감리자 선정
건축허가대상 건축물은 감리자를 지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감리는 건축사가 진행하며, 건축공사가 설계의도대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7. 착공 신고
허가를 받고 공사를 시작하려면 착공신고를 해야 한다. 착공신고는 허가를 득하고 1년 이내에 진행해야 하며 최장 2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8. 건축공사 및 공사감리
공사가 진행되면 건축주 혹은 건축주 대리인을 통해 공사가 잘 진행되는지 관리 감독해야 한다. 법적감리자는 최소의 관리 감독만을 진행하므로, 건축주 (혹은 대리인) 직접 건축공사 과정을 점검해야만 한다.
공사감리자는 공정에 따라 감리중간보고서, 공사를 완료한 경우에는 감리완료보고서를 건축주에게 제출한다.
9. 사용승인
건축공사가 완료되면 감리자가 작성한 감리보고서와 공사완료도서를 첨부하여 사용승인 신청한다. 허가권자(시, 군, 구)는 사용승인 신청을 받으면 7일 이내에 현장조사 및 검사를 실시하여 사용승인서를 발급한다.
사용승인검사는 허가권자를 대리하여 건축사가 진행한다. (사용승인서가 발급되기 전에는 건축물에 입부해서는 안된다.)
'기본설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축설계의 두번째 단계: 프로그래밍과 조닝(Programming & Zoning) (0) | 2023.09.14 |
---|---|
건축설계의 출발점: 대지분석의 시각화 (0) | 2023.09.14 |
<건축물의 경제성>: 효율성(Efficiency)과 효과성(Effective)의 최적화로 건축비 절감하기 (0) | 2023.09.09 |
<협소주택>: 프로그램 복합화와 유연성으로 공간을 집약하기 (0) | 2023.09.09 |
<건축주 참여 디자인>: 영화의 구조를 활용해 공간을 더 의미 있게 만들기 (0) | 2023.09.07 |